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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누운 곳에

김명주 시인

걸음마다 어깨가 흘러내린다 지팡이는 그림자를 끌고 지척거린다 안경에 담은 웅덩이 다리 먼저 잠긴다 꼿꼿한 기억만 남아 꽃바람이라 부른다 귀가가 늦는 걸음은 바람만 가끔 서두른다 빈 골목이 오고 간다 발자국도 삼킨 창문 밖 어둠은 엄마의 조바심을 겨드랑에 끼고 졸며 밤이 휘 감긴다 생소한 이름이 타는 저녁 지붕이 아득한 아리아처럼 뜨겁게 붉다 치직거리는 시작으로 재 남은 새벽에 아버지는 연기가 된다 비스듬한 바람이 머물어 등 떠민 의자가 바퀴를 단다 어디로 갈까 아무도 찾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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