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하루
어둠이 깨어나면
빈 수레 끌고 집을 나서고
허기져 들이켠 한 사발 막걸리에
차갑던 기운에 불을 붙인다
얽히고설킨 길 위 발자국들
고갯길에는 힘이 부쳐 숨 고르고
한숨도 나이가 드니
횟수만 늘어나
시커먼 얼굴 주름살 패고
목소리조차 휑하게 맴돈다
갈라져 뱉어진 한숨 같은 이정표에
목적지도 알 수 없는 긴 그림자가
제 꼬리 잡고 길 위에 누워 있고
우듬지에 걸쳐 있는 종이학 구름을
멀거니 쳐다보는 눈빛에
상실한 하루는 먼지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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