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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인다, 네가 보인다…

정효순

세상은 하얗게 침묵으로 덮어진다 불빛 아래 흩날리는 눈송이들은 돌아가지 못한 편지들처럼 허공을 맴돈다 창문에 맺힌 성에 너머로 나는 오래전 떠나온 산과 어머니의 부엌 불빛을 더듬는다… 익숙하지 않은 말들 사이에서 나를 잃어버렸던 시간들이 어제가 되어간다 그 시간 끝에서 나는 또 하나의 나를 만난다 거리의 불빛 속에 서 있는 한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바로 나였고 바라보니 그가 바로 너였다 눈송이 하나하나가 우리의 사연처럼 쌓여 하얀 세상을 이루듯 나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가 되고 너의 눈물은 나의 눈물이 된다 멀리 떠나왔어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이 내리는 깊은 밤 창밖의 하얀 적막 속에서 나는 본다 내가 보인다 그리고, 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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