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 공원
걸어 가는 길
파고다 공원이 지나갑니다
주름 가득한 지팡이
의자마다 먼 산을 두리번거립니다
모자를 깊이 쓰고
마스크를 한
바람이 지나갑니다
그림자가 먼저 걸어옵니다
곁에 잠시 머문 귀엣말
하얀 스티로폼 컵에
믹스커피가 향기로 담깁니다
부드럽게
장갑을 낀 봄이
컵 안에서 돌고 있습니다
쉽게 식는
아침이 종이컵에서 말라가고
점심이 줄을 섭니다
국물에 말은 햇볕
젓가락에 집혀 미끄러집니다
500원
색 바랜 주머니 속
손 끝에서 만져집니다
탑골 팔각정 지붕보다
깊은
단청의 색깔보다
구겨진
온기가 꼬물거립니다.
————
한 늙은 남자의 걸음을 보며
마음이 덜컹거렸다
걷는 것이 아니고 땅을 끌고 다녔다
저 늙은 남자는 얼마나 먼 길을 돌아
탑골공원의 걸음을 끌고 다니는 것일까?
500 원을 주고 커피를 사는 외로움에는
아마 치열하게 살던 옛날이 댓가로
추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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